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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에겐 죄 없다
생활/연남동 |
2007/10/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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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답례품으로 받은 산세베리아 두 뿌리를 키우기 시작한 게 2년 정도 됐을까? 뿌리는 길지 않았지만, 파릇하고 단단한 몸이 정말 잘 자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새싹이 나기는커녕 잎끝이 마르고 누렇게 변해갔다. 만져보면 흐늘거리는 게 꼭 속으로 썩어가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중국산 산세베리아의 수명이 무척 짧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친구들도 중국산이라 그럴 거란 생각을 했다.
죽어가는 산세베리아를 방 안에서 키우긴 싫었다. 그래서 기왕 죽어가는 거, 현관 밖 계단에서 키워보기로 했다.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서 죽어버린다는 산세베리아가 비가 들이치는 계단에서 살아남기를 바랄 수는 없었지만, 더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집에서 해가 가장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눈에 잘 안 띄기 때문이기도 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우려를 털어버리고 산세베리아가 살아났다.
누랬던 줄기에는 이제 연녹색과 진녹색의 얼룩무늬가 선명하다.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줄기 가장자리는 밝은 연녹색으로 빛난다. 언뜻 보면 형광물질을 품은 것 같다. 힘없고 말랑거렸던 적이 있었느냐는 듯 줄기는 탄탄하다. 노랗게 말라가던 줄기의 끝은 칼끝 처럼 뾰족하다.
게다가, 새싹이 났다.
오래전에 말라버려 가위로 잘린 갈색 줄기 옆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아직 어린줄기라 얼룩무늬는 없지만, 제 딴에도 옅은 녹색과 짙은 녹색으로 얼룩덜룩하고 줄기 끝이 뾰족한 게 꽤 튼튼해 보인다.
되살아난 산세베리아를 보면서 깜짝 놀랐고, 이내 조금 부끄러워졌다. 내가 제대로 못 키워 죽어간 산세베리아였다. 내 탓이었다. 보란듯이 뻗어있는 줄기와 불쑥 솟아난 새싹의 생명력이 내 가슴을 친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을 산세베리아가 날 깨운다.
남 탓을 하는 건 쉬운 일이다. 무턱대고 내 탓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모두 내 진짜 모습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날 둘러싼 세상과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기 때문에 저지르는 잘못이다. 마음을 열고, 현명해지도록 노력하고, 부지런해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저지르는 잘못은 어쩔 수 없다. 난 인간이니까.
이번엔 내 잘못이었다. 내 잘못이었다. 산세베리아에겐 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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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산세베리아 화분에는 네잎클로버들이 살고 있다. 몽글몽글 모여있나 싶더니 이제는 줄기가 길어지고 잎사귀도 제법 커졌다. 잎이 하트 모양인 걸 보면 네잎클로버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이름 같은 건 상관 없다. 산세베리아와 같이 잘 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생장을 방해한다면 분갈이를 해 줄 거다.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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