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후배가 집에 놀러 왔다. 이런 저런 얘기 중 그 친구가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며 한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음악을 즐기는 후배가 알려준 사이트는 pandora.com. 새로운 개념의 음악검색엔진이 있는 곳이다.
NAVER나 Google같은 일반 검색엔진에서는 만든이와 연주자, 앨범 이름, 곡 제목같은 텍스트를 키(key)로 사용해서 음악을 검색한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의 텍스트 정보를 검색한다. 그런데, pandora.com에서는 텍스트와 함께 뭔가 다른 것을 검색기준으로 사용한다. 바로 음악 그 자체다. 이 사이트에서는 현재 재생되는 음악과 비슷한 곡을 검색할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텍스트나 음악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 검색해서 재생되고 있는 곡이 마음에 들어 검색기준에 추가시키는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검색엔진은 첫 곡과 함께 현재의 곡의 스타일도 참고해서 또다른 유사한 곡을 검색한다. 추가선택곡이 늘어날수록 검색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곡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스페인 플라멩꼬 기타연주자 Tomatito의 기타연주를 재생시키면서 검색을 시작했더니 라틴 기타연주가들의 음악이 차례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pandora.com에 들어가 한 번 들어보시라. 깜짝 놀랄 것이다.
이렇게 독특한 검색엔진이지만, 사실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다른 검색엔진들과 다를 게 없다. 유사한 정보들을 찾아 연관성을 계산하고 정렬하는 과정은 같다. 결정적인 차이는 음악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pandora.com은 보유하고 있는 약 50만 개 이상의 음원을 악기, 리듬, 보컬, 분위기 등의 다양한 기준에 맞춰 분류해 두었다. 귀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을거라 여겨졌던 음악이 정량적 분석을 통해 수치화된다. Tomatito의 솔로 기타 연주곡을 별 5개 평점주기 식으로 분석한다면 아마 <기타 *****, 솔로 *****, 연주곡 *****, 리듬의 빠르기 ****, 라틴 *****, 단조 사용 **** 등등> 이 되지 않았을까. 이제 검색엔진은 새로 입력된 음악의 분류기준과 별의 개수를 확인하고, 각 분류기준별로 별의 개수가 가장 비슷한 음악을 찾아내면 된다. 두 개 이상의 음악이 검색기준으로 지정된 경우 평균을 내면 될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다른 곡들을 검색기준로 지정한 경우 중간을 찾기 보다 각 곡의 성향과 비슷한 곡을 번갈아 골라준다고 한다. 텍스트 검색은 락과 발라드의 중간을 락발라드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pandora.com은 아마 락과 발라드를 차례로 들려줄 것이다. 기계적인 중용의 무의미함을 떠올린다면 이런 검색 방식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pandora.com의 독특함은 지극히 감성적인 것으로 알고 있던 음악을 숫자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나온다. 어찌보면 말도 안 될 것 같은 작업이지만, 음악의 성질을 세분화해서 각 성질을 수치화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특히 서양음악의 경우 수학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엄격한 규칙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곡가 바흐는 한때 푸가를 만드는 기계를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미학오디세이 2권을 참고하시라). 당시 사람들도 규칙적이고 정교한 바흐 음악을 들으며 계산기를 떠올렸던 것이다. 바흐의 예 뿐이겠는가. 리듬의 수학적 패턴 분석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쿵짝 쿵짝 쿵짜자작짝’이나 ‘쿵쿵짝 쿵쿵짝’같은 리듬에서 ‘쿵’ 혹은 ‘짝’ 하는 비트를 하나의 신호로 인식하고 그 강도, 빈도, 지연시간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쉽다면 한 번 해 보라고 하지는 마시라. 내가 아는 건 이런 작업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지구에 많다는 거다. NAVER에서 ‘음악검색서비스’로 검색하면 관련 특허가 줄줄 나온다. 후배 얘기로는 pandora.com의 경우 음악전문가들이 음악 분류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수학적인 분석작업이 전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음악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한국에서도 음악을 검색을 상용화한 사례가 있다. 이미 2004년에 KTF가 ‘써치뮤직’이라는 음악검색서비스를 시작했고, 며칠 전에는 SK C&C가 인도에서 ‘에어텔 송캐쳐’라는 음악검색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단 음악검색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flickr.com에서는 검색판에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준다. 노란 스마일 캐릭터를 그리면 해바라기가 검색된다.
하나같이 반 세기 전만 해도 SF에서나 언급될만한 기술들이지만, 사실 기본적인 작동방식은 새롭지 않다. 이런 검색의 기본은 전체를 여러 요소로 쪼개서 각 요소의 특징들과 비슷한 것들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나하고 같이 사는 고양이에게는 사람보다 작은 몸과 털과 긴 송곳니와 날카롭게 자라는 발톱과 가끔 자기도 주체 못 하는 성깔이 있다. 난 다른 고양이를 보면 그의 발톱과 송곳니와 수염과 성깔을 살펴보게된다. 고양이를 고양이답게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따져보면 그 고양이만의 고유한 모습과 일반적인 모습이 같이 떠오른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귀여운 행동에 감탄하며 턱 아래를 만져주면서도, 항상 발톱과 송곳니는 조심하게 된다. 사실 다른 생물들도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본다. 우리집 고양이는 사람의 삿대질에 기가 죽는다. 내가 야단칠 때 손가락을 얼굴에 들이대곤 하는데, 고양이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이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기가 죽어 불쌍한 소리로 야옹거린다. 우리집 고양이에게 삿대질은 화난 인간들의 공통점이다.
분해된 구성요소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체를 알아가는 방식은 분명 세계를 이해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다만, 전체의 성질은 개별 요소들이 지닌 성질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별 요소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게 되면 전체는 그 자체로 또다른 성질을 가지게 된다. 개별 요소들은 모이면서 서로 영향을 준다. 요소들 사이의 조화는 전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성질이다. 요소들이 전체에서 쪼개지는 순간 전체와 개별 요소간의 연관성은 작아진다. 전체 속에서만 파악될 수 있는 요소들을 따로 떼어낸다면 그 개별적인 성질을 알아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소들 사이의 관계까지 정의한다면 된다고 하겠지만, 관계들을 정의하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가 아닌가?
현실에서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모두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의 정보와 판단을 근거로 사물과 현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전능하지 않은 존재는 이런 식으로라도 세계를 이해해야 살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도중에 편견이 끼어들 틈을 줄이는 작업이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구성요소를 정의하는 과정은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만약 관찰의 시점과 경험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잊는다면, 즉 편견을 가지게 된다면, 세계를 이해하는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우는 셈이 된다. 고양이의 특성을 북실북실한 털과 네 개의 발로 뛰기, 가로로 여닫히는 동공이라고 생각하면 고양이를 애완동물 이상으로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콧구멍이 있는 코, 여러 개의 발가락, 이빨들, 그리고 다정한 행동을 고양이의 특징이라고 생각해 보자. 사람과 다를 게 있는가? 이제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이 된다.
pandora.com은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노래만 틀어주는 쥬크박스가 될 수 있다. 놀라운 기술은 아닐지언정 특별한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이 서비스를 확실히 즐기는 방법은 자기가 좋아하는 곡들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나는 이런 곡이 좋다라는 생각을 조금 접고 조금 다른 색깔의 음악을 접해보자. 한 곡 한 곡 듣다보면, 그 스타일이 좋아질 수도 있다. 익숙한 스타일의 새로운 곡을 찾아내 듣는 것은 경험을 넓히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와 함께 전혀 새로운 장르의 음악 듣기를 시도해보자. 예전에는 드럼 소리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DJ Pandora가 추천하는 드럼들을 듣다보면 드럼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럼이라는 개별 요소에대한 경험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쌓을 수 있다면 음악이라는 전체를 즐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곡들을 찾아내는 게 힘들었다지만, 이제 pandora.com이 있다. 그냥 비슷한 곡 틀어주는 쥬크박스로 써도 즐겁지만, 새로운 곡을 찾아 떠나는 우주선으로 쓸 때 그 놀라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쪼개고 또 쪼개서 하나 하나를 살펴본다. 흩어져있는 것들을 모아 전체를 만든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전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전체일지도 모르겠다. pandora.com에서 놀다가 내 경험의 폭을 막는 편견들을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