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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곱창 먹으러 의정부 간다.
주장/정치와 경제 | 2008/06/28 22:47
2008/06/28 22:47 2008/06/28 22:47
  연남동에서 의정부. 참 먼 거리다. 두 어 달에 한 번씩 그 먼 곳을 곱창 먹겠다고 갔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곧잘 탈이 나곤 했는데, 의정부 곱창집의 곱창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다.
  신선하고 잘 손질돼서 맛있는데다 값도 싸다. 매콤 달큼 상큼한 야채무침은 반찬이라기보다 메인요리에 가까울 정도로 비중 있는 메뉴다.
  기껏해야 곱창구이에 야채무침이지만, 일단 차려지면 그 두 요리 먹느라 정신이 없다. 몇 번씩이나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까!',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먹었더랬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 이제 못 먹을 음식들이 줄을 섰다. 곱창은 대표적인 위험음식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금지되거나 안정성이 제대로 확인될 때까지 먹을 수 없다. 내일 곱창투어도 일단 곱창과의 이별여행이 될 거다.

  한우만 쓴다는 의정부 곱창집. 호주산 곱창이 그렇게 신선할 리 없다. 그래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는 싫다. 괜히 찜찜한 마음으로 먹기 싫다. 조류독감이 돌 때는 양계농가 생각에 일부러 통닭을 시켜먹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익혀 먹는다고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원산지를 속이는 외식업계의 관행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알고도 먹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뭐 죽기야 하겠어?'

  그런데 이제 곱창을 앞에 두고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너무 이기적인 건가?
  한우농가가 어려운데, 쇠고기 관련 외식업계가 힘들어 하는데, 곱창을 끊어버리면 되나?
  같이 살아가야하는 세상. 나 혼자 살겠다고 피하는 건 도리가 아닌건 아닐까?

  정말 어쩌냐. 먹으면 찜찜하고, 안 먹으면 미안하다.

  정말 이럴 땐 나도 버시바우한테 과학 과외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요 얼마 전에 본, 인터넷 신문기사 댓글 하나가 생각난다.

  '형, 난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정말 꿈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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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2008/06/30 20:52 L R X
정말 사람으로 인산인해였던 곳이 그렇게 한가해지다...--;; 넘 슬픈일이다...
또니 2008/07/01 16:13 L X
주말에는 안 나오던 천엽이 나와서 좋았는데, 없어 못 내오던 천엽을 추가로 더 주시던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착찹하더라. 언제나 시끌벅적한 음식점이었는데 말야.
미국산 쇠고기가 풀린 마당에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마음껏 먹으라고 홍보해봐야 효과도 없을 거고....

이명박 정부는 읍면동장들까지 소집하던데, 그래서 될 일인가 싶어. 이런 상황에서 쇠고기 안전성 홍보는 부러진 팔에 맨소래담 바르는 거랑 똑같은 거 같아.
淳.<..> 2008/07/02 09:00 L R X
마포에 상미와 내가 좋아하는 곱창집이 있는데..
오늘 저녁에 고별인사겸 행사 하러 가기로 했지.

그집 주인분을 못믿겠다는게 아니라, 주인도 모르게
섞일수 있다는게 우리나라 유통의 현실인지라..

아아. 슬프다.

-.淳.<..>

또니 2008/07/02 11:27 L X
가끔 이민을 간다면 어떤 게 힘들까라는 생각을 했죠.

낯선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는 것,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제일 걱정되더라구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맛있는 걸 못 먹는 것도 힘들거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교촌치킨, 감자탕, 해장국, 그리고 곱창 등등.......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음식들이죠.

이민을 간 것도 아닌데 먹지 못할 음식들이 생겨버렸네요.
정말 슬퍼요.

못 먹어 생긴 슬픔도 작지 않은데, 못 팔아 생기는 슬픔은 얼마나 클까요. 그래서 더 슬퍼요.
& SangMi 2008/07/03 15:31 L R X
오늘 신문에 장관이 '미국산 소고기 가족들과 먹으니 맛있더라'라는 뉴스와 '미국산 소고기 없어서 못팔았다, 팔자마자 동났다'라는 뉴스와 '미국산 소고기 맛보세요 장터를 연다'라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중국산 다 질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비싼건 정말 비싸고 좋다는 얘길 들은 게 생각나더라구요. 하지만 우린 비싸고 좋은 중국산은 접하기 힘들잖아요. 미국산 소고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미국산 소고기가 다 나쁘고 못먹을 것이라는게 아니라(맛있는거랑 위험한거는 다르지않나-_-+) 어차피 우리가 접하게 되는 소고기의 안정성이 문제된다는 건데, 얘기는 마치 그동안 우리가 미국산 소고기는 맛없으니 안먹겠다라고 시위해왔던 것처럼 몰아가는게 웃기더라구요.
또니 2008/07/04 18:41 L X
맞다. 맞는 말이다. 맛있는 거랑 위험한 거는 완전히 별개 문제다.
청산가리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한들 고걸 좋다고 마실 사람은 없을텐데 말야.
정부와 그에 동조하는 언론들이 자꾸 논점을 흐리려 하는 것 같아.
좌파니 폭력집단이니 배후니 뭐니 하는 말도 그렇고...
난 그냥 안심하고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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